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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파크골프장

돈 적게 들이고 파크골프장 조성하기(3/3)-티매트, 홀컵

   안녕하세요! 아마초이입니다. 바로 3편 티매트와 홀컵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가겠습니다. 티매트와 홀컵(깃대포함)은 부대공사 중에서 가장 고비용의 공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홀 안내판까지 합하면 홀당 최소 30만 원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돈이 적게 들면서도 자연과 어울리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처음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때는 돈을 벌겠다기보다는 지인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목적이었으니까 형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1. 티매트와 홀 안내판

   초기엔 티매트 자체를 설치하지 않았고 티잉구역임을 표시해줄 수 있는 홀 안내판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골프가 그렇습니다. 티잉구역내 아무 곳에서나 천연잔디 위에 티를 꽂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간혹 티매트가 설치되어 있는 골프장이 있는데 골퍼들은 수준이하의 골프장으로 인식합니다. 파크골프용 고무티를 연결하는 줄만 길게 해 놓으면 티잉구역 내 아무 곳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거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코스 공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솔파크골프장은 홀컵이 좌우로 치우쳐져 있기도 하고, 경사지에 있기도 하고, 도그렉 홀도 있습니다. 티잉구역이 넓다면 오른쪽에서 좌로, 왼쪽에서 우로 공략할 수 도 있는 것이지요. 둘째, 티잉구역을 간단히 옮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합을 한다면 뒤쪽으로 옮겨 전장을 늘리거나 티샷을 까다롭게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집중 답압지역을 분산시켜 잔디를 보호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직접 제작한 티잉구역 마커 겸 홀 안내판입니다.

티잉구역: 각 홀을 시작하는 장소로 '첫번째 샷을 날리는 구역'을 의미. 
답압지역: 발로 많이 밟아 눌리는 지역. 티매트 주변 또는 그린 주변이 집중 답압지역으로 잔디가 살지 못함.

티잉에어리어 겸 홀 안내판
홀 안내판 역할도 하고 티잉에어리어 마커가 되기도 한다.
홀 안내판 제작
PVC배관을 잘라 유성매직으로 칠했다. 홀 레이아웃도 표시되어 있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홀 정보를 전달하면서, 코스 난이도 조절 그리고 답압지역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문제는 방문하는 고객님들이 싫어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파크골프장에 비해 성의가 없어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티매트를 설치하였습니다. 역시나 티매트 주변은 잔디가 죽어가고 있고, 코스난이도를 조절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별 수 있나요?! 

이솔파크골프장 2번홀
티매트가 없으니 티잉구역내에서 자유롭게 홀을 공략할 수 있다.
티매트가 설치된 이솔파크골프장 2번홀
티매트가 설치되어 코스 공략이 한정적이며 주변에는 잔디가 거의 없다.

 

   티매트 역시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최근 파크골프 부대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공급은 한정적이니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비싼 돈 주고 살 수는 없는 법. 머리를 굴렸습니다. 공장에 돌아다니던 파레트를 묻었고, 인근 골프연습장에서 중고로 골프연습용 매트를 들여와 본드로 붙였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공하는 것 처럼 팔레트를 땅 위에 올려놓으면 일이 훨씬 쉬울 텐데 굳이 파서 묻은 이유는 고객님들이 걸어가다가 발목을 다칠까 염려되어서 입니다. 

파크골프장 티매트 시공
파레트 크기만큼 땅을 팝니다. 죽어라 팠습니다.
티매트 시공
수평을 맞춰주고 파레트를 놓습니다. 가능하면 페어웨이 중앙을 향하도록 놓아줍니다.
파크골프장 티매트 완성
본드로 골프연습용 매트로 붙여주고 고무티를 올려 놓은 모습입니다.

 

   티매트는 해결했는데 집중 답압문제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주변에 잔디보호용 매트나 인조잔디를 깔기에는 너무 비싸고요. 어디 좋은 방법 없을까요?

 

   홀 안내판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회사에 뒹굴던 현무암 디딤석에 페인트를 칠을 했습니다. 받침판은 지인이 철근을 이용해 만들어 주었습니다(감사감사!). 티매트에서 깃발이 안보이거나 도그렉 홀인 경우 홀 레이아웃도 친절히(?!) 그려 놓았습니다. 홀 내용이 바뀌거나 하면 그냥 뒤집어서 다시 칠해 주면 됩니다. 다행히 성의 없다는 고객님은 아직 없었습니다. 작은 페인트 한 통, 붓 1개값 정도 들었습니다. Yes, yes!

파크골프장 홀 안내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현무암 디딤석으로 만든 홀 안내판을 뒀다.


2. 홀컵

   서두에 파크골프장 조성 초기에는 형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고, 홀컵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길래 대용품들을 제작해 잠시 사용해 보았지만 결국 제가 또 지고 말았습니다. 별 수 있나요? 제 값주고 27개 세트를 구매해서 설치했네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까운 대용품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홀컵은 주방용 수저통입니다. 지름은 정규홀컵(20cm)에 비해 2~3cm 정도 작습니다. 홀컵이 작아 잘 안 들어간다는 불만이 접수되었습니다. 더 알아보니 일본의 경우 시합 때는 평소보다 더 작은 규모의 홀컵을 쓰기도 한답니다. 깃대는 배관용 파이프입니다. 두께나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홀컵에 구멍을 뚫어 볼트와 너트로 고정하였습니다. 깃발은 인터넷에서 주문했습니다. 여행사 가이드가 배낭에 꽂고 다니는 바로 그 깃발입니다. 크기나 모양, 디자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굉장한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도 한번씩 꿈을 꿉니다. 지름 10cm짜리 수저통에 두꺼운 배관용 파이프를 꽂아 '이솔파크골프장 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그런 꿈 말입니다.

파크골프장 초기 홀컵 모습
초기 깃발과 홀컵. 나름 그럴듯 하다.

 

   시공은 간단합니다. 홀컵이 딱 들어갈 사이즈의 구멍을 파고 홀컵을 넣어주면 됩니다. 홀컵이 지면보다는 조금 더 내려가야 공이 홀컵 턱에 걸리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깃발을 꽂아주면 끝. 역시 돈은 인생을 수월하게 만들어 줍니다. 

파크골프장 홀컵 세트
홀컵과 깃대, 깃발이 세트로 온다.
파크골프장 홀컵
딱 맞는 크기, 약간 더 깊은 구멍을 판다.
파크골프장 홀컵 시공
구멍에 홀컵을 넣어준다. 되도록 유격은 없으면 좋은데 몇 주 지나면 없어지니 걱정마시길.
이솔파크골프장 c-9번홀
이렇게 보니 돈 값을 하는 것 같기도.


 

   기초공사부터, 잔디공사, 부대공사까지 다 끝내고 보니 마음에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곳은 처음부터 파크골프장 조성을 계획한 곳이 아니라 의령조청한과 본사가 있고, 공장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파크골프장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한과도 생산하고, 전시판매장 운영,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에 가까운 곳이지요. 코스설계 단계부터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봄, 가을에는 꽃과 나무들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지요. 코스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제가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만큼 좋은 대회들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이솔파크골프장을 기대해 주세요.

 

   이상으로 '돈 적게 들이고 파크골프장 조성하기' 시리즈가 끝이 났습니다. 두서없는 부족한 글이지만 정성들여 썼습니다. 아무쪼록 파크골프장 조성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 잔디 14개홀 분량 작업, 평잔디/줄잔디 혼합: 2700여만 원
  • 장비대/마사 등: 800여만 원
  • 부대공사: 500여만 원